2013. 8. 31. 20:32ㆍ지혜롭게,/책,영화
1.
비천한 신분의 왕룽이라는 한 농부의 인생 일대기를 통해 이 책은 화려한 내용 없이도 참 많은 깨달음을 준다.
가난한 그가 결혼을 통해 가정을 이루고, 땅을 통해 성공을 하고, 자연 앞에서 실패 하고, 다시 일어 서고, 돈을 벌고, 늙어가는
정말 한 농부의 일대기가 파란만장 하게 펼쳐져 있다.
책을 읽으며 참 신기했던 것은, 이 책이 중국을 배경으로 쓰여졌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마치 조선시대 농부의 삶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만큼 많이 닮아 있는 중국과 한국의 역사.
2.
그는 오란이라는 여자와 결혼을 한다.
오란은 부모가 가난해 부잣집에 팔려와 종살이를 하다가 우리네가 그랬듯 남편의 얼굴도 모르고 시집을 왔다.
그녀는 묵묵히 남편의 도와 농사를 짓는다.
그녀는 방안에서 홀로 아이를 낳는다. 그리고 바로 또 밭일을 한다.
그녀는 못생겼다는 이유로 왕룽에게 평생 사랑 받지 못한다. 그리고 결국 남편의 첩을 들이고야 마는 아픔을 겪는다.
그녀는 자기 자신을 위해 돈을 쓰거나 낭비하는 법이 없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한 몸을 평생 왕룽에게 희생하다 병이 들어 죽는다.
그녀의 이 흐느낌이 자꾸 잊혀지지 않는다.
"그래도 난 당신을 위해 아이들을 낳았는데..."
그녀는 왕룽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배신이었다. 자신을 향한 남편의 혐오스로운 눈빛이었다.
3.
돈이 생기면 인간은 누구나 변하나 보다. 인간이란 누구든 그렇게 되나 보다.
왕룽의 가족은 굶어 죽기 직전까지 망했지만, 극적으로 다시 일어서게 된다. 오란의 덕이 컸다.
어쨋든 그는 다시 일어섰고, 농부로서 엄청난 성공을 하게 된다.
고향 주변의 땅은 거의 그의 소유가 된다.
무서운 자연 재해 앞에서도 망하지 않을 정도로 돈을 모은다.
그렇게 인생의 여유가 생기자, 그는 여자들이 있는 술집을 간다. 그리고 결국 집안에 첩을 들인다.
그 첩을 위해 아낌없이 돈을 쏟아 붓는다.
오란을 향한 혐오와 무시는 더욱 심해진다.
4.
이 책은 '자연의 무서운 힘'에 대해서도 생생하게 보여준다.
땅으로 먹고 살던 사람들은 가뭄이나 홍수 등의 자연재해에 의해 인생이 송두리째 빼앗기기도 한다.
사람이 굶어 죽는다.
쓰레기를 먹는다.
자신과 평생 일해오던 소를 잡아 먹는다.
자식을 팔게 된다.
동냥을 나간다.
콩 한쪽도 온 가족이 나눠 먹는다.
자연재해로 인간은 먹을 것이 없게 되자 정말 바닥까지 가게 되는 모습을 이 책은 보여준다.
5.
이 책이 이렇게 한 농부의 인생 일대기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끝났다면 노벨문학상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의 마지막이 참으로 씁쓸하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왕룽에게 땅은 곧 인생이었다.
땅에서 태어났고, 땅에서 평생 일했으며, 그 땅이 그를 일으켰다.
그의 인생은 땅에서 시작하고 땅으로 끝나 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의 아들들은 왕룽이 죽으면 그 땅을 더 많은 돈을 갖기 위해 팔려고 계획한다.
땅을 절대 팔면 안된다며 눈물을 흘리는 노인의 머리 위로 두 아들들은 입으로는 절대 팔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서로 마주보며 미소를 짓는다.
소름이 끼쳤다.
한 남자의 일생이 이걸로 끝이로구나.
결국 세월 앞에서, 늙음은 젊은 앞에서 어쩔 수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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