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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백수라이프

백수생활백서. 백수일상.

생각만 해도 참 부러운 일이었다.

하루종일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수 있다는 것.

자고 싶을 때까지 자고, 가고 싶은데 가고, 먹고 싶은거 먹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누워도 있고...

직장인들에게 그런 삶이란 꿈만 같은 일상이었다. :)


그러던 내가 그런 삶을 마주하게 되었고, 꿈꾸던 리스트를 하나씩 지워나갔다.


- 규칙적인 운동하기

매일 아침 9시에 요가를 하거나 필라테스를 하러 갔다.

덕분에 체력도 회복 되었고, 항상 아팠던 어깨랑 목의 통증도 많이 사라졌다.


- 못만났던 친구들 만나기

만나고 싶었던 친구들, 지인들을 추려서 약속을 잡고 만났다.

이런 만남을 통해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더욱 명확해졌다.

내가 백수가 된 얘기를 나누며 그들로부터 응원의 말도 들었고, 이제 나와는 상관없는 그들의 사회생활 얘기를 듣기도 했다.


- 마음껏 영화보기

그동안 보고싶었던 영화 리스트를 만들어 심심할때마다 하나씩 다운 받아 봤다.

생각보다 별로인 영화도 있었고, 의외로 좋았던 영화도 있었다.

혼자 집에서 맥주 한캔 마시며 보는 영화는 나에게 '자유로움'을 충분히 만끽하게 해주었다.

혼자서 영화관도 두 번이나 갔다.


- 읽고 싶었던 책 읽기

읽고 싶었던 책을 하나씩 읽었다.

시간이 많으면 그만큼 책도 많이 읽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읽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직장인일때 비하면 많은 양을 읽고 있다.


- 영어 공부하기

항상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미뤄뒀던 영어공부.

평생을 따라 다니는 영어...

나는 왜 영어 공부를 하는가?

그냥 영어를 잘하고 싶다. 자유롭게 의사 표현도 하고 싶고, 잘 듣기도 하고 싶고, 외국인 친구도 사귀고 싶다.

그리고 그게 한국 사회에서는 결국 경쟁력이라는 것도 안다.

어쨌든, 나는 몇 가지 공부 패턴을 정해서 미뤄뒀던 영어 공부도 다시 시작했다.


- 이불 속에서 미드 보기

몸도 마음도 추운 계절인 겨울이다. (하필 추운 겨울에 백수라니 ㅠ)

온수매트 틀어놓고 따뜻한 이불 속에 있는게 가장 행복하다.

그렇게 좋아하는 미드 몇 편을 핸드폰을 쥐고 보다가 다시 잠이 스르륵 들기도 한다...


- 건강 챙기기

치과를 가서 스케일링도 받았고, 아픈 사랑니도 발치했다.

대학생때부터 맞을까 말까 고민하던 자궁경부암예방주사도 이제 와서 맞았고,

A형 간염 주사도 맞았다. (검사 결과 B형 간염 주사도 맞으란다. 왜 난 지금까지 항체가 없는가...)


- 주변 사람들에게 밥 얻어먹기

백수라는 핑계로 편한 친구들이나 지인들한테 여러 번 밥도 얻어 먹었다.

한 두번은 얻어 먹지만, 그 이상은 나도 눈치가 보여 힘들다.


- 혼맥, 혼밥

혼밥 먹을 일이 많다. 가끔 혼맥도 마신다.


- 하루종일 카페에 있기

좋아하는 음료를 하나 시켜놓고 5시간 이상 카페에 앉아 있는 날들이 많다

노트북 들고 가서 이력서도 쓰고, 인터넷도 하고, 책도 읽는다.

최근에는 대학생들이 방학하면서 자리가 꽉 차기 시작했다.

카페에는 나같은 백수도 많고, 취준생들도 많다. 나보다 힘든 젊은 친구들을 보며 새삼 위안을 얻는다.

커피 한 잔에 하루종일 눈치 안보고 있을 수 있는 넓은 스타벅*에게 참으로 감사하다.


- 상식 공부

살면서 나는 참 상식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많이 느꼈다.

그래서 역사 책도 읽고 있고, 지/대/넓/얕도 열심히 읽고 있다.

이런 저런 모르는 브랜드나 용어들도 그때그때 찾아 본다.


- 집안일

집안일은 나의 몫이 되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집에 아무도 없는 날이 대부분이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암묵적으로 나는 설거지를 하고, 이틀에 한 번 집안 청소를 한다.

어느 날은 이렇게 당연스럽게 하고 있는게 화가 난 날도 있었다. 백수라고 집안일 해야하나? 라는 반항심...



이제 왠만한 것들은 다 한것 같다.

뭘 해야 재미있고, 뭘 해야 조금이라도 의미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