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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백수라이프

백수생활백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해진다.

뭔가 뒤쳐지는것 같고, 죄를 짓는 기분이랄까?

내가 왜 이런 기분을 느끼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학창시절 원인이 큰것 같다.

중학교 때부터 나는 '경쟁'을 해야 했다.

점수로 매겨지는 반 등수, 전교 등수, 학원에서의 등수...

자존심도 쎄고, 경쟁심도 많던 나는 중학교 첫 시험 이후 내 점수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고등학교, 대학교, 사회생활에서까지 내 일상은 늘 '경쟁'이였다.

항상 숫자로 평가 받아오며 살아왔다.

 

남들보다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남들보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남들보다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해

남들보다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늘, 경쟁을 해야했다.

그렇게 학교가, 사회가 나를 타인과 비교했다.

 

모두가 바쁘게 사는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나보다 잘났고, 예뻤고, 돈도 많았다.

뒤쳐지는 기분이 싫었다.

나는 비록 흑수저여도 은수저처럼만이라도 되고 싶었다.

 

그렇게 항상 남들과 비교하며 부족한 내 자신을 발견했고

조금이라도 그 간격을 좁히기 위해 바삐 살아 왔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뭔가를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기분이 들고, 불안했던 것이다.

결국은 내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그래서 백수라는 타이틀이 주어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무한한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만히 있지를 못하겠다.

하다 못해 누워 있을 때에도 스마트폰으로 이것 저것 보고 읽는다.

나도 모르게 가족들 눈치, 남자친구 눈치, 내 자신의 눈치를 보게 된다.

집에만 있으면 더욱 안될 것 같아 일정이 없는 날은 항상 카페에 온다.

이력서도 쓰고, 책도 읽고, 영어 공부도 한다.

하다 못해 영화라도 보던가 친구를 만나던가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편할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가끔은 가만히 누워서 아무 생각 없이 있거나

TV나 영화만 하루 종일 보거나...

그렇게 하루를 보내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내가 되고 싶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그리고 나는 열심히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럴 권리가 있으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내일 아침부터는 일찍 일어나 명상 하는 시간을 단5분 만이라도 가져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