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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2016

퇴사일기 세 번째_약속

퇴사 8일 째.

지난 주 목요일부터 이번 주 월요일까지 약속의 연속이었다.


목요일은 친한 옛 회사 사람들을 만나 점심을 먹었다. 5일 만의 외출이라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평일에 이렇게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다니...^^


금요일은 머리를 하러 미용실에 갔다가, 강남역에서 증명사진을 새로 찍고 저녁에는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최근 옮긴 회사에 매우 불만족 해서 나에게 끊임없이 불만을 털어 냈고,

나는 속으로 '차라리 혼자 있을걸...남의 불평 듣는 것도 힘들다. 내가 부정적인 기운 얻으려고 오늘 만난 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은 생각 뿐이었다.


토요일은 대학 친구들과 결혼한 친구네 집(영등포. 집에서 한 시간 이상 거리)에 집들이를 갔다.

치킨, 피자, 김밥에 케이크 까지.... 돼지처럼 꾸역 꾸역 먹고 집에 와 잠을 잤다.


일요일은 남자친구를 만나 우리가 좋아하는 월남쌈 집에 가서 배가 터지게 점심을 먹었고,

동생 조카와 놀아주러 갔다가 저녁에는 초밥집에 가서 또 배터지게 먹었다.


오늘은 전 회사에서 가장 친했던 대리님을 만나 (나보다 일주일 먼저 퇴사 학, 곧 새로운 직장에 가는)

등마사지를 받고, 점심으로 닭갈비를 먹었다. 밥까지 볶아서 역시나 배터지게 먹었다.

후식으로 스타벅스에 들려 그린티라떼와 케이크를 사다가 또 우걱우거 먹었다.

저녁에는 근처 조개찜을 먹으러 가서 술 한잔을 하며 저녁을 먹었고,

2차로 이자카야에 들려 간단한(?) 안주들과 막걸리를 한잔 하고 돌아오니 오늘 하루가 다 지나갔다.


쉬면서 늘어난건 '왕성한 식욕'이다.

퇴사 전 급격한 스트레스로 살이 4키로 가까이 빠졌었는데,

아무래도 거의 회복한 것 같은 느낌이다...


5일 연속 사람들을 만나니 사실은 조금 지친다.

이제는 또 며칠 혼자만 있고 싶다.

미니멀리스트로 시작한 나의 퇴사가 왕성한 식욕으로 먹는 것은 맥시멀리스트가 되었다.

이제 어느 정도 체력을 되찾았으니 건강하게 소식해야 겠다.

그리고 문제는 만날 수록 지갑이 얇아진다는 것이다.

아무리 백수라도 돈을 안낼 수가 없다.

이러다 여행 경비도 모자랄 것 같아 걱정이다.


돈 벌 떄는 지갑 얇아지는 게 큰 걱정은 아니었다.

어차피 얇아질 때 쯤이면 곧 '월급일'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백수가 되니 돈 한푼이 아쉽다.

그리고 내 시간이 더욱 더 소중하다.

분위기에 취해, 사람들 눈치 보느라 돈과 시간 낭비하지 말아야 겠다고

오늘 밤은 다짐하고 또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