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ary/2016

퇴사일기 첫 번째_미니멀리스트 되기(방 정리)

퇴사 하기 전 미니멀리스트 관련 책을 많이 읽었다.

당장이라도 내 방을 비우고 싶은 충동을 몇 번이나 억누르다가

퇴사 후 바로 시작 한 것이 방 정리다.

왠만한건 다 비우기로 결심했다.


나는 퇴사 후 삼일 째, 방 비우기를 하고 있다.


- 책장을 정리했다. 버릴 책과,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할 책, 알라딘 중고서점에 팔 책을 나눠서 처리했다.

대학 전공 서적부터, 초등학교 때 책, 한 번 읽고 만 책들이 대부분.

고물상에 3박스를 버렸는데, 너무 무거워러 리어카까지 빌려다 버렸는데 내가 받은 돈은 단돈 5천원.

알라딘 중고 서점은 매입을 안하는 책도 많아서 35권 정도를 보냈는데, 3-4만원 정도 입금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나머지는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하려고 정리 해놨다.

그렇게 하고 남은 책은 딱 책장 두 선반을 채웠다. 그래도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장영희 작가, 고전, 좋아하는 에세이 책들, 영어 교재 몇 권만 겨우 남았다.




- 샘플을 정리했다. MD를 하며 가장 안좋았던 것 중 하나가 '물욕'이 늘었다는 것이다.

엠디라면 당연히 써봐야 상품을 알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 가져온 샘플이 수두룩 했고,

주변 엠디들이 써보라고 준 것도 많았고, 그냥 언젠간 써야지 하고 가져다 놓은 것도 있었다.

주변에 나눠 줘도 2박스가 나왔다. 비교적 유통기한 긴 것과 빨리 써야 할 것으로 나눠 정리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품목 별로 정리했다. 미쳤다. 이거 언제 다 써보냐.

주변 사람들 만날 때마다 하나씩 나눠 줘야겠다.

다음에 다시 엠디를 하더라도 이러진 말아야지. 절대로...


- 화장대를 정리했다. 안쓰는 화장품들, 몇번 안썼던 것들도, 내가 산 것이라도 과감하게 버렸다.

그래도 이미 한-두번씩 썼던 핸드크림이며, 립밤, 쿠션팩트가 많이도 나왔다. 그래도 반 정도 버렸다.

각종 샘플들도 왠만한건 다 버렸다.


- 책상을 정리했다. 내 책상은 두 개다. 하나는 재봉틀과 각종 박스들을 쌓아둔 책상이고 다른 하나는 노트북과

연필꽂이, 몇 개의 향초가 놓여 있는 책상이다. 일단 이런 저런 박스에 처박아둔 물건들을 다 뒤집었다.

(나는 참 박스를 좋아한다. 예쁜 박스, 신발 박스 등등)

해지 된 통장, 어렸을 떄 쓰던 자석, 송곳, 필통, 스티커 사진 등등 별의 별 물건들이 다 튀어 나왔다.

버리면서 '나중에 쓸 일이 있을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지만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에 나오는

내용을 되새기며 과감하게 버렸다. 두 개의 책상을 하나로 줄이진 못했지만, 아주 많이 심플해졌다.


- 옷장을 정리하고 있다. 이건 아무래도 내일까지 해야 마무리 될 것 같다.

옷장 정리야 내가 일년에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여러번 하는 일이라 그나마 손쉽게 했다.

다행히 이미 버린 옷들도 많고, 기증한 옷들도 많아서 정리할 게 많지는 않았다.

다만 안쓰는 모자들, 몇 번만 입는 옷들, 버리긴 아깝고 갖고 있자니 잘 안입을 것 같은 옷들, 내가 만든 옷이나 목도리 등

이것들이 참 내 마음을 약하게 만든다...좀 더 과감해져야 하는데...



삼일 째 하루종을 마스크 쓰고 방 구석에 처박혀서 나의 수많은 짐들, 먼지와 씨름하고 있다.

밤마다 허리가 너무나 아프고 쑤신다...

이 좁은 방 안에 이렇게도 많은 물건을 내가 가지고 살았구나.

미쳤었구나... 뭘 위해서 이렇게 많이 소유했었나. 아무래 소유해도 채워지지 않는데 결코...

이 물건들을 산 돈이 너무나 아깝기도 했고, (대체 이게 구매가로 얼마야 ㅠㅠ)

추억이라 버리기 아쉬운 것들도 많았고 (매년 써온 다이어리와 어릴 때 쓴 일기장, 영문과 책 등),

결코 버리기 어려운 것도 많았다.

중고 시장에 내놓을 물건들도 따로 빼놨다.


스무 살 때부터 매 해 써온 다이어리들...


초등학생때 쓰던 일기장과

매일은 아니지만 이따금씩 써온 일기장들...

(잊고 싶은 과거들이 너무 많아 과감히 쓰레기통으로...)


아무래도 한 번에 미니멀리스트의 경지까지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정리를 좋아해서 정리를 취미라고 말하고 다니는 나도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일단 이번에는 1차라고 생각 한다.

살아 가면서 계속해서 더 많이 줄여 나가야겠다.


- 앞으로 책은 왠만하면 사지 않고 빌려 읽을 것이다.

- 혹시나 책을 구입 하고 싶으면 갖고 있는 책 중 한 권을 팔 것이다.

- 옷도 수십번 고민하고 구입 할 것이다.

- 안입는 옷은 바로 중고로 팔거나 기증 할 것이다.

- 물건을 보관 하기 전 이게 보관 할 가치가 있는지 고민 할 것이다.

- 방안의 먼지는 매일 털고 닦을 것이다.

- 추억은 추억으로만 간직할 뿐, 과거 물건을 소유하진 않을 것이다.



많이 비워야 고민과 번민도 줄어들고, 혼자 생각 할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안다.




'diary > 2016' 카테고리의 다른 글

퇴사일기 네 번째_사랑니, 영화관  (0) 2016.11.19
퇴사일기 네 번째_일상 생활  (0) 2016.11.13
퇴사일기 세 번째_약속  (0) 2016.11.08
퇴사일기 두 번째_새로운 일상  (0) 2016.11.02
2016년 버킷리스트  (0) 2015.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