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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백수라이프

터널의 끝은 언제 나올까. 퇴사라는 주홍글씨


"1년 만에 퇴사를 하신 이유가 뭐에요?"

"굳이 퇴사 하고 이직을 하려 했던 이유는 뭐에요?"


면접을 볼 때마다 받는 질문이다.

당연히 예상했던 질문이고, 면접관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궁금한 내용일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직장인이 퇴사하는 이유는 아래 두 가지가 가장 많을 것이다.

1. 인간관계 문제 (상사와의 갈등, 동료와의 갈등 등)

2. 업무적인 문제 (잦은 야근, 회사의 비전 없음 등)


첫 이직 시 나의 이직 사유는 비교적 명확했다.

-상사와의 갈등 (물론 티내지 않음)

-회사의 M&A 이슈로 비전 저하


두 번째 회사의 퇴사 사유는 다소 복합적이었다.

-능력 없는 상사와의 업무적 소통의 어려움

-회사의 불명확한 비전

-조직원들의 잦은 퇴사

-불합리한 업무량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이 지친 번아웃 상태

등...


당시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나의 '퇴사 후 이직'을 반대했지만,

정작 내 자신은 별로 큰 걱정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나치게'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열심히 일해왔고, 인정 받았었고, 스스로를 믿었기에

지금 내가 속해 있는 이곳의 그릇이 너무 작다 생각했다.

그래서 적당히 쉬고 (쉴 자격이 충분하다 믿었다. 이건 지금도 변함 없는 생각이다.)

여기 보다 더 좋은 곳으로 얼마든지 갈 수 있다고 믿었다.

다만 걸리는 것은 한 가지였다.

1년 만의 퇴사.


벌써 구직 활동을 시작한지 3개월째다.

처음에는 다소 자만했다.

서류 통과도 무난히 했고, 1차 면접에서도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당당히 합격했다.

다만 문제는 내가 그닥 가고 싶지 않았던 회사들이라 합격하면 어떡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완전히 쓸데 없는 고민이었다.

나는 최종 면접에서 번번히 떨어졌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두 번째부터 슬슬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상하다. 대체 왜 떨어진걸까...?'

많은 생각 끝에 내가 생각한 원인은 두 가지였다. (물론 아닐 수도 있다.)

첫째, 지나치게 자만했다. 내가 간절하지 않다는걸 면접관들 눈에도 보였을 것이다.

둘째, 두 번째 회사를 1년만에 퇴사한 것에 대해 임원들의 생각은 달랐을 것이다.


사실 나는 면접장에서 퇴사 사유를 비교적 솔직하게 대답했다.

물론 사회생활에 문제 있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아야 하므로 (실제로 문제도 없지만)

솔직하지만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법한 이유들을 말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들에게서 공감의 눈빛은 받지 못했다.

몇 번의 탈락 끝에 깨달은 것은

퇴사 사유 = 지원하는 기업으로 가고 싶은 이유

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퇴사는, 그것도 1년만의 퇴사는 하나의 '주홍글씨'였다.

나는 도덕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아무 잘못을 하지 않았고

인간으로서 잠시 '자유'를 원했을 뿐인데

어쩌면 너무 큰 '사치'를 부렸나보다.


솔직히 지금 생각보다 많이 혼란스럽고 힘들다.

생각했던 것 만큼 자리도 없고

서류 합격 조차 쉽지 않고

면접에서는 항상 퇴사 문제가 걸리고

돈은 바닥이고 (이미 적금을 하나 깼고)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6개월은 넘기고 싶지 않다.)

엄마의 한숨까지...


그리고 속상하다.

내가 무슨 큰 잘못을 했다고 그들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나.

5년 간 불합리한 사회 안에서 열심히 달려온 내가

이렇게 맘 편히, 당당히 쉴 수도 없는걸까?

그들의 고정관념이 나를 너무 지치게 만든다...


그래도 분명 내가 갈 곳은 있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내가 갈 곳은 한 군데 이기 때문에

좌절하지 말자고, 더 좋은 곳을 가기 위해 그런 거라고,

나의 역량을 알아줄 곳이 반드시 있을 거라고 믿어 본다.


터널의 끝은 반드시 있다.

당장 눈 앞에 빛이 보이지 않더라도

너무 힘들고 지치더라도

나는 끝을 향해 계속 달려 갈 것이다.

이제 거의 끝이라 믿으며...